파일 관리 작업은 어렵습니다. 미래의 나를 위해서 파일이름을 제대로 만들고, 폴더를 정리하는 것이 편하고 아름답고 자유롭다는 것을 알지만, 당장 지금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게을러서 그렇다고 말하기 전에, 이쪽 분야의 기술발전이 최근에 얼마나 게을러졌는지 알려드릴게요.
“파일”이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물리적 파일의 메타포를 가져와 비유적인 개념을 도입한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파일”은 정말 물리적인 덩어리 였습니다.
컴퓨터 분야에서 파일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은 1940년대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종이 뭉치(천공카드)를 “파일”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파일이 곧 “물리적 기계장치” 를 뜻하기도 했습니다. 이 당시 파일이라 함은 현재의 문서 개념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파일이 꼽힌 상태에서 컴퓨터가 켜졌기 때문에, 이 파일에는 데이터를 포함한 실행 코드가 다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당시 파일 관리란 직접 몸을 쓰는 노동이였습니다.
자기 테이프 같은 저장장치의 혁신이 일어나면서, 1960년대 한 컴퓨터에 이런 물리적 파일이 여러개 붙을 수 있게 되었는데, 여러개의 파일을 동시에 다루게 다룰 수 있게 되면서 “파일”은 비로소 비물리적인 가상의 존재가 됐습니다. 다루는 파일이 몇개 없긴 하지만 이때가 파일 시스템의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1971년 현대적인 운영체제 UNIX가 발표되는데, 이때 드디어 디렉토리/트리 구조가 적용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은 데이터 파일과 완전히 분리가 되었고, 데이터만 체계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진정한 파일 관리가 시작되었습니다. 디렉토리/트리 구조가 선택된 것은 거의 필연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어떤 것도 이것 만큼 명확하고 동시에 단순하고 직관적인 것은 없습니다. 디렉토리/트리 구조는 이후 거의 모든 운영체제가 수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쁜 캐비닛이나 폴더 같은 아이콘으로 꾸며져 있지만 달라진 건 없습니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 . ” 입니다. 사람들은 파일이름에 점을 찍어 제목과 확장자를 분리시킵니다. 1970년대 .docx , .ppt 와 같이 이름 뒤에 붙는 접미어 같은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으로 이 파일의 종류를 구분할수 있었고, 무엇보다 클릭할때 즉시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확장자는 위대한 기술적 혁신이라고 부르기에는 사소한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sw와 작업들이 이 확장자를 사용하여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작은 규칙의 가치는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모든 사람들이 사용했기때문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입니다.
디렉토리/트리 구조와 확장자. 파일 관리 기술은 여기에 멈춰 있습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모든 관심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할수 있는 것이라곤 “파일 이름규칙 ver.1.3.docx” 같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 뿐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사는 사람들이 sitemap.xml 을 발명하는 동안 , PC에 사는 사는 사람들은 “업무 폴더 / 파일 설명.txt” 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세분화되고 특화된 데이터 구조가 조직되었지만, PC의 데이터는 DB화 되지 않았습니다. 데이터의 이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예 PC의 폴더를 완전히 떠나라고 말하며 업무전체를 흡입하려는 업체도 있습니다. 고속도로로 연결된 지방 소도시가 천천히 소멸하듯이 개인의 PC의 저장소의 역할은 축소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럼 “파일”은 이제 불필요한것이 아닐까요? 파일이 왜 존재해야 할까요? 사람에게 파일이 필요한 이유는 개인이 자유롭게 관리할 수 있는 순수 데이터 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파일 데이터는 다른 운영체제에서 다른 코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순수한 정보덩어리입니다. dos ,win95, windows 10, 11로 바뀌지만, 내 파일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파일은 존재할 가치가 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가 발전하더라도, 결국 개인의 데이터는 파일로 저장되어야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OS가 등장하여 갑자기 시장을 지배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파일은 디렉토리/트리 구조에 저장될 것입니다. 나만의 순수 데이터 덩어리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변화가 일어났을때,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용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종료되는 최악의 상황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기술의 변화가 더 충격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ChatGPT같은 LLM을 각 개인이 PC에서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 오고 있습니다. 내가 정리된 파일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 기술의 이점을 활용할 수 없습니다. (외부 서비스에 업로드한 데이터들을 통합하여 나의 LLM에 집어 넣고 작업을 하고 싶지만, 해당 업체들이 이를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에 데이터를 하드웨어와 분리시킬수 없었던 것처럼, 온라인에 존재하는 데이터도 분리되기 어렵습니다. )
파일관리가 번거롭고 짜증나는 일이라고 해서,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처럼 무가치한 일은 아닙니다. 적절한 폴더를 지정하고, 상세한 파일 이름을 만들어서 저장하는 것은 분류-요약-글쓰기 가 집약된 지적인 작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생각을 하고 기억이 정리되고 축적된 데이터에서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준비를 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서 우리의 머리속을 정리할수 있고, 더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준비가 됩니다. 또한, 나만의 데이터 구조와 관점이 생성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서비스가 제공하는 틀에 맞추어 업로드만 하는 사람의 머리속에는 이러한 독창성이 없습니다. 자신의 데이터를 정리하는 과정 없이 생산성과 창의성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LLM같은 기술이 도움이 될수 있겠지만, 이를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입니다.
결국, 개인의 폴더와 인터넷 서비스에 있는 데이터들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필요한 것은 폴더 관리를 지원하는 기반 기술입니다. ClearFile.Name의 목표는 이러한 기술을 구현하여 폴더와 파일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지 가장 직관적인 예를 통해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새로운 파일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 것입니다.
위 이미지에서 “현재”에서 파일 관리자는 파일의 종류를 선택지로 제시합니다.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확장자를 기반으로 여러 요소들이 통합되어 있어야 합니다. 표시되는 선택지는 사용자가 설치한 소프트웨어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운영체제의 상황에 따라 메뉴가 변하게 됩니다. 친절한 안내는 여기까지고, 파일 종류를 선택하면 나머지는 모두 사용자가 채워야 합니다. 새파일 만들기 기능의 모습은 20년째 달라진게 없습니다.
그러나, 미래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선택하는 것은 파일종류가 아니라, 내가 해야할 일이 됩니다. 사용자가 “월간 보고서” 를 선택하면, “새 워드 문서”라는 이름을 가진 빈문서가 아니라 “월간보고서/2025년” 폴더에 “월간보고서-2025.03.docx” 이름을 가진 보고서 양식파일이 생성됩니다. 폴더생성/이름입력/폴더이동/문서양식선택 같은 단계는 다 뛰어넘게 됩니다. 사용자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파일이 생성될때 부터 구조화되기 때문에 폴더 정리가 수월해 지고, 데이터가 정제되어 축적됩니다.
이러한 미래로 가기 위해서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우선, 개인화된 구조 데이터를 저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운영체제에 이것이 통합되면 가장 좋겠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별도의 파일에 저장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fns/ 폴더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한 파일 포맷을 만들고,1️⃣ File Name System 라는 이름으로 공개했습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자신의 SW를 위해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폴더와 이름의 패턴을 쉽게 만들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트리구조를 지원하는 모든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File Name System을 편집할 에디터가 필요합니다. 현재 보고 계신 2️⃣웹사이트(https://clearfile.name)가 그 역할을 합니다. 작업폴더에서 패턴을 찾는 작업과 이 결과들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합니다 .마지막으로, 실제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SW가 필요합니다. 3️⃣ClearFileName앱 을 설치하면, 파일 관리자에서 정의된 패턴에 맞게 파일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위 3가지로 미래가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각 영역에서 최소한의 기능만 구현했을 뿐이고, 위에서 보여드린 미래의 이미지를 실제로 구현하려면 해야할 것들이 많습니다. 아래는 로드맵입니다.
2024년 11월 - File Name System 1.0 draft
2025년 01월 - clearfile.name 웹/앱 출시
2025년 02월 - File Name System 1.1
2025년 03월 - 패턴 별 템플릿 파일 지정기능 - 빈파일 대신 지정한 템플릿이 생성됩니다.
2025년 ??월 - 웹사이트 회원 가입/ 저장 기능 완료
계획중인 기능들
폴더별 아이콘 지정기능 : 폴더이름 패턴별로 아이콘을 지정할수 있고, 이 세팅을 저장하여 재사용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폴더 구조 변경 기능: [page]/[locale].json 처럼 저장된 파일들을 [locale]/[page].json 과 같이 다른 방식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일괄 생성 기능: 예를 들면, [년도]/[프로젝트]/[업무]/제목.docx 로 저장된 원본을 다른 관점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폴더와 바로가기를 만들수 있습니다. [업무]/[프로젝트]/[년도]-제목.doc 와 같은 구조의 폴더를 만들어서 업무로 먼저 필터링한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windows 이외의 다른 OS를 위한 PC앱
긴글을 일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하는 미래가 저희가 바라보고 있는 미래와 비슷하다면 clearfile.name 으로 폴더 정리를 시작해보세요.